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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행복한 수석인인가 ?

함지박이야기 | 2005.12.19 02:28 | 공감 0 | 비공감 0

십수년 전 바닷돌에 심취(心醉)하여 빠져들어 갈 즈음, 나를 인도(引導)해 준 선배 수석인으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었다. "수석생활 하는데 가장 유리한 조건을 갖춘 사람은 돈 많고, 시간 많은 사람이거든... "

나는 속으로 생각하기를 "나에게 유리한 것은 하나도 없군." 하였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수석인들을 '쓰잘데 없는 짓거리' 하고 다니는 사람들 쯤으로 치부해 버렸던 나였던지라, "역시 난 안되겠군..." 하는 생각이 그분의 자세한 지도를 받는 과정에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바뀌었던 건 지금 생각하면 참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부산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던 나는 지척거리에 있는 천혜(天惠)의 바닷돌 산지인 '일광갤러리'에 주말에, 심지어 마음만 먹으면 평일 새벽에도 탐석을 다녀 올 수 있었고, 한번 다녀 오면 그래도 한두 점은 가져올 수가 있었다. 이러니 누가 돈타령 시간타령을 한다면, '돌을 사랑하는 마음만 있으면 모든 게 해결된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아내가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었다. 고심 끝에 나는 신혼시절 건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테니스를 할 때 사용했던 비법(秘法)을 기억해 내었다.

비법이란 아내를 탐석에 동행시켜 바닷돌의 마력(魔力)에 빠트리는 것이었다. 일요일에는 아내와 같이 차를 몰고 일광 바닷가로 드라이브를 나가면서, 수석잡지에 실렸던 그 유명한 '학 문양석'이나 '달마석'얘기로 바람을 잡아 기어코 일광돌로서는 그리도 어렵다는 구멍 뚫린 소품 '투석(透石)'을 직접 탐석하게 함으로써 스스로 바닷돌의 세계에 몰입되게 하였다.

그러나 갈 때 마다 매번 좋은 돌을 탐석할 수 있겠는가? 좋은 돌은 못하더라도 돌아올 때는 색갈 곱고 반듯 반듯한 놈들을 골라 한 봉지씩 가져와서 마당에 깔기 시작했다.

오래지 않아 그리 넓지 않은 우리집 앞마당은 질 좋은 청오석으로 채워져 '작은 일광 돌밭'이 만들어 졌고, 물을 뿌리거나 비라도 내리면 돌들은 제각기 생기를 머금고 말할 수 없이 황홀한 빛을 발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아내는 이 작은 돌밭을 정말 좋아했다. 마당에 풀어놓은 진도개 암놈이 자갈밭을 후벼 볼일을 본 후 다시 덮어 버려 이것 치우느라 애를 먹기도 하였지만, 지금 생각하면 즐겁기만 했던 아련한 추억이다.

지금 서울의 우리집 베란다에도 역시 이 작은 돌밭이 있어 물을 뿌리면 파도소리가 들려오고,밤이면 일광 바닷가의 솔바람 소리와 별빛이 반짝인다. 아파트 생활을 하는 도시의 수석인들도 이런 방법으로 베란다에 작은 돌밭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나는 수석 대가(大家)를 바라지 않고, 다만 행복한 수석인이 되고자 한다.

진정 돌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족과 같이 즐기며, 수석미(壽石美)의 탐구(探究)와 수석예술(壽石藝術)의 장르개척(開拓)을 위해 정열(情熱)을 불태울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되지 않겠는가?

'좌대(座臺) 깍고 책읽을 방' 하나와 '바깥 세상과의 소통(疏通)을 위한 컴퓨터' 한 대, '건강(健康)'

내가 바라는 '행복한 수석인의 조건(條件)'이다.(수석사이트)



지운 선생의 서각작품
수석 애호가이신 지운 이석로 선생이 제공한 자료로서 수석동호인들의 홈페이지 내에 연재 중인 "함지박 이야기"를 옮겨실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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