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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위치

高山 | 2010.11.04 17:23 | 공감 13 | 비공감 0

남자들은 때가 되면 누구나 아버지가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즉 결혼했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아버지가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엄밀히 말해서 자녀가 태어나는 순간 아버지도 태어난다. 아버지란 스스로 붙일 수 있는 이름이 아기 때문이다.

이 땅의 남성들은 자녀의 출생과 더불어 아버지라는 호칭을 받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이런 아버지에게는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는 특별한 권위와 무한책임도 함께 주어지게 된다. 몸이 아파 출근하지 못했을 때, 내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할 수 있는 사람들은 많다. 그러나 내가 아버지 노릇 하는 일이 어려워도 이 역할만큼은 대신해줄 사람이 없다. 아무리 힘겨워도 나만이 할 수 있고 내가 해야 할 자리가 아버지의 자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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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한 연예 프로그램에서 초등학교 2학년 어린이가 쓴 시 한 편을 소개하면서 아버지들을 위축되게 만들었다. 시의 내용은 이러하다. “엄마가 있어 좋다. 나를 이뻐해주어서. 냉장고가 있어 좋다. 나에게 먹을 것을 주어서. 강아지가 있어 좋다. 나랑 놀아주어서. 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 이 시를 읽은 한 네티즌은 “아빠는 엄마를 이뻐하고, 냉장고에 먹을 것을 채워 넣고, 강아지 사료 주려고 존재한단다”라며 자조 섞인 댓글을 달아놓았다.

춤을 추는 아들에게 아버지는 “예능고 같은 소리 하지 말고 공부나 해”, 그리고 한마디 더 덧붙여 “판검사가 돼라”고 강요했다. ‘예술가는 배고픈 직업’이라는 편견을 가졌던 아버지는 아들을 훈계하면서 매를 들기도 했다.

때로 폭언도 했다고 한다. 가슴 속에 증오가 누적되었던 이모군은 아버지에게 심하게 맞은 뒤 “아버지만 없으면 어머니에게 효도하며 가족이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살인계획을 세웠다. 아버지의 잘못된 방식의 충고와 훈계를 넘어선 지나친 폭력은 방화를 통한 존속살인으로 결론났다.

얼마 전 한 강의에서도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상처를 이야기하며 말없이 눈물 흘리는 중년을 보았다. 그 중년 남성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자녀들에게는 이런 눈물을 흘리게 하지 말자고 격려해주었다. 회사형 인간으로 살다가 자신이 시간 날 때 불쑥 자녀들의 삶에 침입자처럼 개입하여 통제와 지시만 하는 아버지들이 많다.

자녀들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통제와 지시가 아닌, 그들의 마음을 다독거리는 아버지 역할인 것이다. 자녀들에게 문제가 많다고 탓할 것이 아니라 아버지 스스로의 반성이 필요하다.

우리는 나의 자녀들에게 어떤 아버지였는지 자문해보아야 한다. 한 가정의 자녀에게 “아버지란 무엇인가”라고 물었더니 “아버지는 밥과 같은 존재”라고 대답했다. 그 이유를 묻자 “밥을 먹지 않으면 죽는 것처럼, 아버지는 자신의 인생에 없어선 안 될 특별한 분”이라는 것이다.

아버지로서 위기감을 느끼기보다 “나야말로 자녀들에게 소중한 존재”라는 자부심을 갖자. 아버지의 높은 자존감은 자녀들에 대한 태도를 새롭게 만들어주고, 사랑을 표현하는 일도 주저하지 않게 만들어준다.

아버지로서 자존감이 높은 아버지는 자녀들의 관점에서 더 많이 이해하고 다가가려는 의지도 많다. 경쟁과 성적에 대한 비교 속에서 갈등하며 하루를 보낸 자녀와 평안한 미소로 시시콜콜한 일상을 나누는 아버지 노릇이야말로 자녀에게 줄 수 있는 좋은 선물일 것이다. 통제와 지시만을 앞세워 자녀들을 성공병 환자로 만들지 말자. 뜨거운 여름날 시골 마을의 정자나무처럼 잠깐 동안 기대어 쉼을 가질 수 있는 인생의 여유가 되어주자.

아버지의 권위는 큰 목소리에 있지 않다. 자녀들의 힘들고 지친 일상을 포근히 안아주고 따뜻한 미소로 격려해주는 든든한 사랑이 아버지의 권위여야 한다.

leeyuesu@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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