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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고 다음 봄이 오고

빛고은 | 2009.06.24 15:49 | 공감 0 | 비공감 0

봄이 오고 다음 봄이 오고

윤 은 주

계절은 쉬임없이 바뀌면서 바다의 밀물처럼 봄이 내려 앉는다.

겨우내 땅속에서 죽은자처럼 매장되어 있던 생명들이 다시 살아난다.

겨울을 이긴 꽃들이 저마다 화사하게 피어나는 것을

해마다 겪고 느끼면서 자연의 아름다운 섭리와 진리를 깨닫는다.

봄은 눈부신 자연의 색이며 다양한 빛깔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봄이 온갖 생명들이 꿈틀대는 가능성의 계절이라고 해서 희망만을 주지는 않았다.

대학 입시에 실패하고 재수를 하던 그 해 봄.

내 안에 내가 너무 많아서 저마다 내는 소리가 들끓고 있었다.

세상의 모든 생명은 아늑한 봄볕에 빠져 있을즈음

대학생이 된 친구들은 활짝 핀 봄꽃처럼, 싱그러운 초록의 빛깔로 내 앞에 나타났다.

밖의 따스한 햇살과는 달리 방안에 들어서면 어둡고 쓸쓸했던 이중성을 느껴야 했다.

꽃샘 추위와 봄이 오는 길목에서 흩날리는 눈은 세월이 되돌려지는 착각이 들었다.

나는 오히려 그것이 계절이 거꾸로 가는것 같아 안도의 숨을 쉬게 했다.

비록 같은 봄일지라도 예전의 봄과 지금의 봄은 사뭇 다르다.

겨울 가고 봄오듯 세상 사는 이치를 알아 가는 나이 때문일까.

요즘엔 왜 이렇게 봄이 애틋하고 좋은지 모르겠다.

개나리 진달래꽃부터 시작해서 들판에 솟아나는 연한 풋것들이 내는 소리까지.

어디 그 뿐인가.

눈처럼 흩날리며 떨어지는 벚꽃이며 품위를 갖춘 귀부인의 자태를 뽐내는 목련.

고속도로변에 분홍빛으로 물들인 복숭아꽃. 하얀 배꽃,

그리고 초록의 산야들.

예전에 느끼지 못하고 눈에 들어 오지 않던 봄의 빛깔들이,

푸르름이 소중하다.

오롯이 불그져 나오는 새싹들의 신비로움이 보인다.

향기로 말하는 꽃들의 속삭임도 느껴진다.

봄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짧기 때문이고 청춘 역시 빨리 지나가기 때문에 아름답다.

그래서 봄과 청춘은 닮아 있나 보다.

봄을 좋아 하면 나이 들어 가는 징조라는데...

올해는 봄이 조금 늦게 왔다.

봄꽃을 하나씩 기다리며 보는 재미도 쏠쏠하건만 기습적으로 꽃들이 피었다.

10년 지기들과 벚꽃이 고운 빛으로 물들인 내소사로 나선 길에서

변하지 않은 자연의 풍광을 만난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젊은 날의 꿈은 이루었는가?

중년이 되어 돌아 보는 지난 날은 가슴 시리게 그립고 그립다.

그리운 것은 언제나 멀리 있다.

내 인생에 봄은 언제였는지.

돌이켜보면 마음껏 누리지 못했던 그 해의 봄도 내게는 좋았던 한 시절이었다.

젊은 날의 봄을 아쉬워하는걸 보면 나도 이제 철이 드나 보다.

철이 든다는 말은 계절의 의미를 알아간다는 말일게다.

가슴앓이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봄을 느끼고 관조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은

세월의 흔적 때문일 것이다.

한때의 봄은 절망이었고, 또 다른 한때는 희망있다.

그러나 세월이 한참 지나고 난 후 절망이었던 봄의 기억마져 꼽 씹을 수 있는 것.

그것이 어쩌면 봄이 내게 준 미학일지도 모르겠다.

하늘의 이치를 아는 나이에 봄볕 기지개를 편다.

공저'살아가는 날의 노래1'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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